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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에 대한 관심

횡단보도에서 생긴 일

by 어서 2022. 2. 17.

횡단보도에서 생긴 일

어떤 할아버지가 길을 걷다가 횡단보도 앞에서 몸이 불편해 보이는 여학생을 보게 되었습니다

그 여학생은 다리가 불편해 보였는데 한눈에 봐도 무거워 보이는 가방까지 들고 있어 혼자서는 횡단보도를 건너는 것이 쉽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런데 그 여학생 뒤에 개구쟁이처럼 생긴 남자아이 두 명이서 무언가 속닥속닥 이야기를 주고받는 모습이 보였고, 할아버지는 '아마도 저 아이들이 저 여학생에게 장난을 걸 모양이다'라고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남자아이들이 여학생에게 장난을 걸면 호되게 야단을 칠 요량으로 신호가 바뀌기를 기다렸습니다

 

드디어 신호등에 불이 들어오자 할아버지는 남자아이들의 뒤에서 천천히 아이들을 따라 걸었습니다

할아버지의 예상대로 장애를 가진 여자 아이는 절뚝거리며 천천히 횡단보도를 걸어가기 시작했고, 무거운 가방 때문에 몸을 가누는 것이 더욱 힘겨워 보였습니다

그런데 뒤따르던 남자아이들이 장난을 칠 생각은 있는 것인지 횡단보도의 절반쯤에 이르러 곧 신호등이 빨간불로 바뀌기 직전까지도 그 여자아이 뒤에서 천천히 걷기만 할 뿐이었습니다

곧 신호등의 초록색 불이 깜박이기 시작했고, 한 아이가 옆에 있는 아이의 팔을 툭 치더니 드디어 작전에 돌입하는 것이었습니다

 

놀랍게도 남자아이들의 작전은 여자 아이에게 장난을 치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그들의 작전은 그 여자 아이가 안전하게 횡단보도를 건너는 것을 몰래 돕는 것이었습니다

횡단보도의 신호는 이제 빨간색으로 바뀌어 버렸고, 여자 아이는 아직도 열심히 목표지점을 향해 절뚝거리며 걷고 있었습니다

그러자 뒤따르던 남자아이들은 멈춰 선 차들을 향해 죄송하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숙여 인사를 하기 시작했습니다

양손을 뻗어 조금만 기다려 달라는 행동을 취하며 힘겹게 걷는 여자아이의 뒷모습을 지켜보기도 하였습니다

이 모습을 운전자들도 모두 보고 있었고, 경적을 울리며 빨리 가라고 재촉하는 사람 하나 없이 놀랍도록 조용한 모습이었습니다

이 날만큼은 아무도 경적을 울리지 않았고, 그 여학생과 아이들이 횡단보도를 무사히 지날 때까지 조용히 기다려 주었습니다

 

할아버지는 크게 감동하여 횡단보도를 모두 건넌 뒤 두 아이를 불러 세워 놓고 이것저것 물어보았습니다

몸이 불편한 여학생을 돕자는 생각을 어떻게 하게 되었는지, 그리고 가방을 들어주거나 부축을 해주면 시간 내에 횡단보도를 건널 수 있었을 텐데 왜 그렇게 하지 않았는지 등을 말입니다 그런데 그 아이들의 대답이 놀라웠습니다

 

몸이 불편한 아이라고 해서 무작정 가방을 들어주거나 부축을 해주는 것은 그 아이가 횡단보도를 건너는 사소한 일조차 누군가의 도움을 받아야 해낼 수 있다는 생각에 스스로가 슬퍼할 것 같아서였다고 합니다

그리고 장애인들이 가장 불편해하는 것 중 하나가 주변 사람들의 시선이라고 배웠다는 것입니다

즉, 도움을 요청하지도 않았는데 도와주겠다고 나서는 것이 어떤 사람에게는 불편할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만약에 여러분이 절뚝거리며 길을 걷는데 마주치는 사람마다 여러분을 쳐다본다고 생각해 봅시다

얼마나 부담스러울까요? 게다가 낯을 많이 가려서 누군가가 자기에게 말을 거는 것 자체가 부담스러운 사람이라면, 비록 좋은 의도로 도와주겠다는 말을 하는 것이지만 그 사람에게는 불편한 상황이 될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그 남자아이들은 그 여학생의 마음을 그렇게 헤아렸던 것입니다 물론 도움을 받고 싶지만 말을 못 하고 있었을 수도 있겠죠

하지만 이 남자아이들은 아무도 모르게 그 여학생을 돕는 방법을 선택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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