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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에 대한 관심

장애인 탈시설에 대한 짧은 생각

by 어서 2022. 3. 12.

장애인 탈시설에 대한 짧은 생각

"너는 이제 네가 살던 집과 가족을 떠나서 한 번도 본 적 없는 외딴곳에서 한 번도 본 적 없는 사람들과 평생을 살아야 해, 그게 너의 가족들의 생각이고, 너에게는 거절할 권리는 없어"

만약 나 자신이 13살이라는 나이로 돌아가서 이런 말을 듣는다면, 이것이 온전히 나의 일이라면 어떻게 느껴지나요?

정말 생각하기 싫은 무섭고 끔찍한 거 같습니다

 

심한 중증 발달 장애가 있다고 해서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격리되는 생활을 선택할 수밖에 없는 현실은 언제까지 이어져야 할까요?

 

보통의 비장애인 사람들은 심한 중증이라면 시설에서 생활하는 것이 좋은 게 아니냐, 사회에서 어떻게 제대로 살아가겠느냐라고 생각을 할 것입니다

장애인을 둔 가족이라면 많은 시설을 돌아보고 보았을 것입니다

나의 가족을 스스로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사람이라고 너무나 당연하게 생각하고, 그런 나의 가족을 매일매일 대하는 사람들과 어쩌면 평생을 살아야 한다면 나의 가족은 시설에서 잘 지낼 수 있을까요

만약에 호텔처럼 깨끗하고, 늘 친절한 사람들과 함께 하고, 늘 맛있는 식사가 제공된다면 좋은 시설일까요?

이런 좋은 시설이라고 하더라도 내가 하고 싶은 것을 하는 것, 스스로 선택하고 결정할 수 있는 자유를 박탈당하는 삶을 전제로 하고 있지는 않을까요?

 

스웨덴은 1997년에 시설폐쇄 법이라고 하는 게 제정이 되었고, 1999년 12월 31일을 기점으로 모든 장애인 거주시설이 폐쇄되었습니다

국가가 적극적인 정책의지를 가지고 장애인 거주시설을 매입하여 점차적으로 폐쇄했던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모든 장애인을 전부 지역사회로 돌려보냈습니다

스웨덴이라는 잘 사는 나라니까 가능한 이야기가 아닌가 싶겠지만 1970년대의 스웨덴은 정부가 시설을 장려하는 정책을 펴고 있었고, 시설에 가족들을 보낸 다른 가족들은 시설을 폐쇄하는 것에 대해서 80%가 반대를 하고 있는 지금의 한국과 비슷한 상황인 것입니다 

 

그런 상황을 어떻게 변화시키고 시설이 하나도 없는 나라가 되었을까요

스웨덴 보건복지부의 공무원이었던 칼 글루네발트(Karl Grunewald)는 장애인 거주시설에 실태조사를 나가게 되었는데, 그 시설 안에서 일어나고 있는 인권침해와 학대가 얼마나 심각한 것인지를 보고, 그런 수많은 학대와 인권침해 사실들을 사회에 폭로하여 스웨덴 국민들에게 큰 반향을 일으키게 됩니다

거기에서 멈추지 않고 몇십 년에 걸쳐서 다시 지역사회로 나온 장애인들이 어떻게 변화해 가는지를 열심히 연구하였고, 그 결과를 사회에 알리고, 잘못된 편견을 알리고 고쳐서 많은 사람들의 공감을 얻었습니다

이리하여 스웨덴에서는 단 한 명의 장애인도, 그 어떤 중증 장애를 가지고 있다고 하더라도 시설이 아니라 지역사회에서 모두와 함께 살아갈 수 있게 되었습니다

 

장애가 있다는 이유만으로 어떤 사람이 많은 기회를 박탈당하고 사회 밖으로 격리당하는 것을 봤을 때 우리는 흔히 그럴 수도 있겠지라고 생각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그렇다면 문제를 해결하고 고통을 이해하는 우리가 아니라 고통을 그냥 보이지 않는 곳으로 보내버린다는 게 맞는 걸까요? 

그럼 또 다른 크고 작은 격리들이 이 사회에 만연하고 있다면 그것 모두도 보이지 않는 곳으로 보내버릴까요?

모든 기준을 충족한 사람만이 잘 살 가능성, 기회, 권리가 주어지는 세상이 좋은 건 아니잖아요

우리는 왜 약자를, 약한 것을 자꾸 밀어내는 사회를 이대로 두고 있는 걸까요?

 

그 누구도 단 한순간도 연약하지 않고, 누군가에 도움 없이 살고 있는 사람은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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