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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에 대한 관심/장애인에 대한 인식 개선

왕따

by 어서 2022. 5. 9.

왕따

 

제가 고백을 하자면 초등시절에 같은 반 아이를 왕따를 시켰습니다

저와 제 친구들은 그 아이에게 무슨 냄새가 난다며 근처에 가지 않거나 몸에 일부가 데기만 해도 그 아이를 비하하면서 놀렸습니다

아무런 죄책감도 없었고 그냥 다른 친구들도 그랬고, 저도 그랬던 것이었죠

 

돌이켜 생각해보면 차별과 혐오는 생각하지 못했던 '순수했던' 시절부터 아주 뿌리 깊게 우리 안에 들어와 있었다는 것을 느낍니다

자기 자신을 돌이켜 객관적으로 생각해보는 일은 정말 중요한 것 같습니다

우리는 무심히 지나 보낸 과거를 잊은 채 기억하고 싶은 기억만을 가지고, 그 시절은 정말 '순수했다'라고 상상하기 일쑤입니다

 

서른 살 즈음에 그 아이를 아주 우연찮게 만나게 되었습니다

저는 그 아이를 못 알아보았고, 그 아이는 저는 단번에 알아보고, 초등학교 이름과 제 이름을 말해주었습니다

그 아이는 어린 시절 저와 주변 친구들로 인해 마음에 큰 상처를 입었고, 중학교, 고등학교 다닐 때까지 계속 우울했었고, 성인이 되어서도 상처의 기억이 가시지 않고 그대로 가지고 있었습니다

 

처음엔 누군지 몰라 어리둥절했지만 잠깐 시간을 내어서 대화를 했습니다

반가운 마음보다는 두려움이 앞서게 되었고, 그 아이의 말을 듣고 나니 제가 한 사람의 인생을 망쳐놓은 듯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연신 사과를 하며 잘못했다고 말했습니다

되려 그 아이가 다 지난 일이라고 지금 와서 어찌하겠냐고 하면서 이렇게라도 만나서 사과를 받으니 그래도 마음이 조금은 후련하다고 하였습니다

 

그렇게 헤어지고 나서는 며칠 동안 그 아이를 괴롭혔던 일들이 하나둘 기억이 나기 시작했습니다

지금 생각해도 저는 정말 잘못하였고, 그 아이는 얼마나 많은 상처를 받고, 참고 살아왔을지 생각해보면 미안한 마음밖에 들지 않습니다

 

저의 초등학교 시절에는 일명 특수반, 도움반이라고 하는 특수학급에 가는 장애인 학생이 있었습니다

다시 말해 일반학교에서 특수 교육을 위한 학급이었고, 장애인 학생들은 비장애인 학생들과 함께 주로 생활하다가 일정 시간에는 특수반, 도움반에서 수업을 듣는 것입니다

 

눈빛, 말투가 어눌하거나 외모가 어딘가 모르게 조금 달라 보이는 장애인 학생들은 특수반에 간다고 어린 시절부터 놀림을 당하여 마음의 상처를 받아 성인이 되어도 그 상처가 고스란히 그대로 가지고 있게 된 겁니다

 

냉정하게 생각해보면 비장애인 학생들은 가해자 혹은 방관자였던 것 같습니다

어쩌면 초등학교에서 장애 인식 개선 교육을 제대로 하지 않고, 그냥 도와줘야 하는 친구로, 비장애인과 장애인을 나누게 하여서 장애인 학생과 친구가 될 수 있다는 생각을 전혀 하지 못했던 것 같습니다

 

특수반 장애인 학생은 어떤 어른이 되었을까요?

그리고 학창 시절에 기억에 남는 친구가 있을까요?

 

블로그 글을 쓰기 시작하면서 많은 반성과 후회를 하게 됩니다

제 글들을 제 아이들이 보고 질문하고 잘 설명할 수 있는 그런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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